휴먼스 - 너무나도 그리운 지구의 친구들
- 어린 시절엔 일하느라 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어요. 교복 입은 애들이 늘 부러웠습니다. 이번 달에 우리 딸이 학교에 들어갔어요. 매일 집에 오면 그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얘기해주지요. 너무 좋아요. 제가 며칠 집에 못 들어오기라도 하면, 우리 딸은 그사이에 있었던 얘기들을 다 기억해뒀다가 한꺼번에 말해주죠. - 파키스탄 라호르 (11)
- 우리 애들이 장관이라든가 사업가가 되면 좋겠어요. 근데 얘가 올해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보내줄 돈이 없네요. - 콩고민주공화국 카상굴루 (12)
- 열두 살 때 자전거를 정말 갖고 싶었어요. 아빠가 한 대 사주셨죠. 얼마 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반지를 끼고 있지 않은 걸 알아챘어요. 아빠는 수리를 맡겼다고 하셨죠. 어른이 돼서 다시 물어봤어요. '아빠, 그 반지 어디 있어요? 제가 똑같은 걸로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그제야 아버지가 털어놓더군요. '그 반지 팔았지. 그때 너 자전거 사느라.' -인도 자이푸르 (34)
- 우리 아빠는 왜 그렇게 핸드폰만 만지는지 모르겠어요. - 대한민국 서울 (50)
-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자기 생일이 되면 알려줄 수 있게 말이에요. - 미국 뉴욕 (60)
- 루시는 차에 치여서 뒷다리를 잃었어요 이미 두 번이나 보호소로 돌아간 적이 있었죠. 엄청 일거리예요. 거의 아이 키우는 거나 다름없어요. 인내심이 아주 많이 필요하죠. 항상 기저귀를 갈아줘야 해요. 시터 구하기가 정말 어렵고요. 하지만 전 얠 1년 반 동안 데리고 있었는데 이제 얘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모두들 루시를 사랑하죠. 그리고 루시도 모두를 사랑하고요. 얘가 꼬리를 흔들 수 없어서 행복한지 어떤지 알 수 없을까봐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루시는 눈으로 내게 말해주죠. -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218)
- 내 인생은 매일 반복돼요. 이 지역은 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우리 마을에선 접근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두 시간 산길을 걸어 빙하로 갑니다. 그래야 뭔가 마실 게 있어요. 낮 동안엔 이 도로를 유지하는 일을 합니다. 한 달에 100달러 벌어요. 겨울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매일 나무를 베러 다니죠. 이 땅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이기 때문에 떠날 수 없습니다. 내 인생에는 행복도 슬픔도 없어요. 오직 생존뿐이죠. - 파키스탄 파수 (248)
- 엄마가 낮잠 자는 동안 동생들을 봐줘야 해요. 얘네들은 서로 너무 가까워지면 싸워요. 너무 멀어지면 울고요. - 이란 안잘리 (314)
- 아내는 동물을 계속 집에 데려와요. 제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아내는 새로운 동물을 찾아내죠. 제가 집에 돌아올 때쯤엔 우리 아이들이 벌써 동물 이름을 지어준 뒤예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처음엔 새 한 마리였어요. 그러다 그 새가 외로워졌죠. 그래서 지금은 새가 네 마리예요. 햄스터 열한 마리, 토끼, 그리고 물고기까지. 아내는 이제 강아지 사진을 문자로 보내와요. 동물을 더 들이기엔 집이 너무 좁다고 얘기도 해봤죠. 그러면 아내는 '집은 작지만 우리 마음은 크잖아'라고 하죠. -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315)
- 1학년이 되고 나서 제일 어려운 게 뭐냐면 '11 더하기 11'이에요. 우리 반 애들 거의 다 그게 뭔지 몰라요. - 미국 뉴욕 (333)
- 이 나이쯤 되면 훨씬 더 너그러운 사람이 돼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규칙대로 살아가면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거라고, 어른이 되면 어떻게든 내가 지닌 모든 문제들을 조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죠. 이젠 그 누구도 자라지 않는단 걸 깨달았어요. 모두들 그냥 늙어갈 뿐이에요. - 미국 뉴욕 (376)
- 전처가 부동산을 가져갔지. 난 평화를 가져왔고. -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433)
휴먼스Humans, 2020/브랜던 스탠턴Brandon Stanton/안민재 역/프시케의숲 20220725 444쪽 19,800원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만난 1만여 명의 사람들이 말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인물사진과 함께 모았습니다. 《휴먼스 오브 뉴욕》에 이어 "가능한 한 많은 곳을 여행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 수집한 대화들"입니다. 서로 다른 얼굴만큼 사연이 구구절절합니다.
작가 말대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두 비언어적입니다.
작가 말대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두 비언어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