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심연 - 어느 청년 연구자의 빈곤의 도시 표류기
시작하며
01 쪽방촌에 살다
02 사회 복지 시설, 쪽방상담소
서울의 심연/탁장한/필요한책 20240524 296쪽 18,000원
- 나는 지난 2019년부터 5년 동안 쪽방촌, 쪽방 거주자, 일선 지원기관들을 참여관찰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속적으로 대화해 왔다. 그리고 2022~2023년의 1년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여름부터 다음 해 여름까지 총 다섯 번의 계절 동안 거주하면서 거주자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9)
01 쪽방촌에 살다
- 내가 들어갔던 곳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약 1,000여 명으로 쪽방촌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 사회이며,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서울역과 인접해 있다. 2023년 기준, 동자동 쪽방촌은 도로명주소 기준으로 후암로49길, 후암로57길, 한강대로104마길 등지에 걸쳐 있다. 나는 후암로57길의 한구석에서 살았다. (13)
- 쪽방촌의 평당 월 30만 원을 상회하는 월세는 사실 심각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나 정작 거주자들에게 이곳은 '싼 맛'에 사는 동네다. 여기서 싸다는 것은 월세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나 보증금이 없다는 의미다. 월세가 점차 오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는 착시는 여기서 생긴다. 쪽방촌은 (수)백만 원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머무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38)
02 사회 복지 시설, 쪽방상담소
-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자가 주로 만나게 되는 일선의 지원 기관은 서울역쪽방상담소(사회 복지 시설, 이하 쪽방상담소), 동자동사랑방(사회 운동 단체, 이하 사랑방), 교회(종교 기관)로 대분되며, 이 기관들은 쪽방촌 빈곤의 감소를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49)
- 쪽방상담소는 2008년 오세훈 시장 당시 서울시, 용산구청과 함께 쪽방 전수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그때 사회복지사가 돌아다니며 발굴한 쪽방 건물은 60여 채였고, 이후 박원순 시장 때 몇 개 더 추가되어 2022년 말 기준 쪽방 건물 66채, 쪽방 1,287 개가 공식 쪽방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쪽방상담소가 정의하는 쪽방 거주자는 '등록된' 쪽방 건물에 사는 900여명 내외의 인구를 뜻한다. (59)
- 쪽방촌이 존재하기 때문에 쪽방상담소가 생겼는데, 쪽방상담소가 빈곤의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수행하는 업무들은 점차 그들과 연계된 수많은 구호 단체, 기업, 병원, 교회, 식당 등과 상생하면서 역설적으로 쪽방촌을 존속하도록 만든다. (107)
- 사회복지사들은 '쪽방상담소는 주어진 일, 해야 할 일을 빈틈없이 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거주자들을 정체하게 하며 쪽방촌에 머무르게 한다'는 딜레마에 대한 인지를 회의감 또는 죄책감의 형태로 표현한다. 이 죄의식은 부조리로서의 쪽방촌을 줄이고자 거주자들을 탈쪽방시키려는 초심을 잃고 도리어 빈곤한 지역 사회를 공고화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쪽방촌 적응을 자기 선택이라며 끈질기게 문제시하는 관점을 죄책감 해소를 위한 속죄 의식으로 삼는 쪽방상담소는 결과적으로 거주자들과 평화롭게 지내기 힘들다. 그래서 쪽방상담소는 명백히 빈곤을 감소하면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114)
서울의 심연/탁장한/필요한책 20240524 296쪽 18,000원
빈곤을 연구하는 저자는 1년간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살며 거주자들을 만났습니다. 거주자 약 1,000여 명 중 2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하며 쪽방촌 생태계를 관찰했습니다.
쪽방촌을 지원하는 서울역쪽방상담소, 동자동사랑방, 교회는 빈곤을 감소하려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빈곤을 유지하며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동자동사랑방은 빈민운동가 제정구 정신에 따라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로 보며 존엄성을 지향하는 신념으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소통이 부족합니다. 교회는 변화 대상을 환경이 아닌 인간으로 이동시켜 동자동사랑방 담론과 충돌합니다. 세 기관의 시각 차이는 빈곤 거버넌스의 핵심을 이룹니다.
"쪽방상담소는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지침과 기관 절차에 따라 소수가 대규모 인원을 다루는 과정에서 인격을 자주 훼손하는 지원을, 사랑방은 고질적인 자원 부족 상태에서 거주자들의 힘을 강조함으로써 권한이 부여된 소수의 급진적 거주자들이 전체 의견을 독식하는 상황을, 교회는 진정성을 특징으로 쪽방촌 내 가장 취약한 거주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경제적·영적 통제권(276)"을 만들어 왔습니다. 빈곤 거버넌스를 이루는 세 집단은 장단점이 맞물리며 유기적으로 작동해 쪽방촌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빈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제안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쪽방촌이 재개발돼도 거주자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쪽방촌을 이룰 겁니다.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같은 획기적인 발상과 혁명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주목할 점은 쪽방촌 거주자들은 보수적이라는 점입니다. "평생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분노보다 '이마저도 빼앗기거나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경향이 있으며, 그들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176)"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를 지지하는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쪽방촌을 지원하는 서울역쪽방상담소, 동자동사랑방, 교회는 빈곤을 감소하려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빈곤을 유지하며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동자동사랑방은 빈민운동가 제정구 정신에 따라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로 보며 존엄성을 지향하는 신념으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소통이 부족합니다. 교회는 변화 대상을 환경이 아닌 인간으로 이동시켜 동자동사랑방 담론과 충돌합니다. 세 기관의 시각 차이는 빈곤 거버넌스의 핵심을 이룹니다.
"쪽방상담소는 지자체에서 내려오는 지침과 기관 절차에 따라 소수가 대규모 인원을 다루는 과정에서 인격을 자주 훼손하는 지원을, 사랑방은 고질적인 자원 부족 상태에서 거주자들의 힘을 강조함으로써 권한이 부여된 소수의 급진적 거주자들이 전체 의견을 독식하는 상황을, 교회는 진정성을 특징으로 쪽방촌 내 가장 취약한 거주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경제적·영적 통제권(276)"을 만들어 왔습니다. 빈곤 거버넌스를 이루는 세 집단은 장단점이 맞물리며 유기적으로 작동해 쪽방촌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빈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제안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쪽방촌이 재개발돼도 거주자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쪽방촌을 이룰 겁니다.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같은 획기적인 발상과 혁명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주목할 점은 쪽방촌 거주자들은 보수적이라는 점입니다. "평생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분노보다 '이마저도 빼앗기거나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큰 경향이 있으며, 그들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176)"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를 지지하는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