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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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r Feder |
페미니즘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분노, 역사적·현실적 맥락 살피기, 복수 명사로서의 이론과 실천 따위로 정리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불온하고 불편하다. 게다가 정답도 없다. 페미니즘은 완벽을 추구하지도 않으며, 정해진 틀도 없는 이론이자 실천이다. 일상생활에서 제기되고 유동적이기 때문에 대표하는 이론가도, 이를 재생산하는 후계자도 없다. 그래서 이론을 진리로 주장하기 위해 권력의 장악과 권위가 필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받기도 쉽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장점이기도 하다. 역사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이 나오고, 그것이 또 다른 페미니즘을 낳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라 정의한 벨 훅스는 "페미니즘 정치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페미니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만큼은 다양해야 한다. 페미니즘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배경이 천차만별이므로 각자의 삶에 곧장 말을 건네는 페미니즘 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은 언제나 변화하며, 그에 따른 차별의 양상도 달라진다. 또한 여성은 모든 계급과 지역에 존재하고, 모든 연령을 경험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파트너를 선택하고 가족을 구성한다. 여성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언제나 변한다. 실제로 페미니즘은 그 어떤 사상보다 활발하게 내부를 비판하고 논쟁해왔다. 페미니즘은 질문과 논쟁의 역사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의 역사는 지속적인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반복된 노력이다. 따라서 어떤 여성들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개인의 욕망이나 가부장제를 허무는 활동을 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곧 페미니즘의 역사이다.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슈화하는 것, 이것이 페미니즘이다. 그런 측면에서 페미니즘은 언제나 앞장서서 역사를 변화시켰다.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쓰인다. 페미니스트들이 추구하는 길은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명료하지 않고 흐릿하며 정답이 없다. 페미니즘은 역사의 한 과정으로 길 위에 있다. 이런 면에서 페미니즘은 근대적 범주이지만 근대를 넘어설 수 있는 탈근대의 힘을 지닌다. 따라서 페미니스트를 만나는 길은 페미니즘의 역사를 쓰는 작업이다. - 이임하, 《조선의 페미니스트》(철수와영희, 2019), 8~9쪽
혈액형을 A·B·AB·O형으로 나누지만, 사람의 피는 모두 다릅니다. 페미니즘도 그렇습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므로 페미니즘도 하나가 아닙니다. 여성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어디서나 변합니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명쾌하지 않고 다양합니다. 아무튼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일상에 맞서고 분노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역사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