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심연 - 어느 청년 연구자의 빈곤의 도시 표류기

시작하며 나는 지난 2019년부터 5년 동안 쪽방촌, 쪽방 거주자, 일선 지원기관들을 참여관찰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속적으로 대화해 왔다. 그리고 2022~2023년의 1년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가 여름부터 다음 해 여름까지 총 다섯 번의 계절 동안 거주하면서 거주자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9) 01 쪽방촌에 살다 내가 들어갔던 곳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약 1,000여 명으로 쪽방촌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 사회이며,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서울역과 인접해 있다. 2023년 기준, 동자동 쪽방촌은 도로명주소 기준으로 후암로49길, 후암로57길, 한강대로104마길 등지에 걸쳐 있다. 나는 후암로57길의 한구석에서 살았다. (13) 쪽방촌의 평당 월 30만 원을 상회하는 월세는 사실 심각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나 정작 거주자들에게 이곳은 '싼 맛'에 사는 동네다. 여기서 싸다는 것은 월세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나 보증금이 없다는 의미다. 월세가 점차 오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는 착시는 여기서 생긴다. 쪽방촌은 (수)백만 원의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머무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38) 02 사회 복지 시설, 쪽방상담소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자가 주로 만나게 되는 일선의 지원 기관은 서울역쪽방상담소(사회 복지 시설, 이하 쪽방상담소), 동자동사랑방(사회 운동 단체, 이하 사랑방), 교회(종교 기관)로 대분되며, 이 기관들은 쪽방촌 빈곤의 감소를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49) 쪽방상담소는 2008년 오세훈 시장 당시 서울시, 용산구청과 함께 쪽방 전수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그때 사회복지사가 돌아다니며 발굴한 쪽방 건물은 60여 채였고, 이후 박원순 시장 때 몇 개 더 추가되어 2022년 말 기준 쪽방 건물 66채, 쪽방 1,287 개가 공식 쪽방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쪽방상담소가 정의하는 쪽방 거주자는 ...